기나긴 코로나로 집콕 육아가 한계에 다다른 요즘이다. 매일매일 에너지 레벨을 갱신하는 4살 아들을 데리고 이번 주말에는 순천 낙안읍성에 다녀왔다. 낙안읍성은 중요지정문화재인 성곽, 관아 건물, 312동의 초가가 있는 마을로 실제 200여 명의 주민이 현재 살고 있는 살아있는 민속촌이다. 옛 읍성에 해당하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느낌이 든다.
낙안읍성의 특이한 점은 현재 실제 주민들이 마을 안에 거주하고 있는 점인데, 거주민 사생활 보호를 위해 '드론 촬영 금지' 안내문이 있고 거주 중인 주민분의 문패가 있는 집을 볼 수 있다.
순천 낙안읍성
-광주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네비를 믿고 국도로 가길 추천!)
-관람시간: 8:30~18:30 (5~9월)
-입장료: 성인 4,000원, 6세 미만 무료
(순천시민, 여수/광양/고흥/보성/진주/사천/남해/하동 주소지 확인자 50% 할인)
-주차비 무료
-한복 대여 가능
-성내 편의시설: 식당, 초가집 민박
준비물 꿀팁
-운동화 필수
-선글라스, 모자, 양산/골프 우산
-유모차(24개월 미만 아이 동반한 경우 유모차 대여 가능)
부지런한 아들은 주말에도 변함없이 7시 반에 벌떡 일어나 "엄마, 아침이야~"하고 나를 깨웠다. 덕분에 빨리 준비하고 집을 나섰는데, 응가 마렵다고 난리난리를 치는 바람에 차를 돌려 다시 집으로 왔다. 그렇게 해서 결국 11시 즈음 출발하게 되었고 낙안읍성의 땡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구경했다.
완전 여름 날씨인 요즘 낙안읍성에 간다면 선글라스나 모자, 양산/골프우산은 꼭꼭 챙겨가길 추천한다. 아름드리나무들과 벤치가 있어 중간중간 앉아서 쉴 수 있지만 성내 골목골목을 돌아다닐 때는 낮은 돌담과 초가집뿐이라 그늘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워낙 넓기 때문에 운동화는 필수이고, 아이가 어리다면 유모차도 꼭 준비해야 한다. 4살 아들도 두 시간가량 걷다 지쳐서 "안아줘"를 여러 번 외쳐 남편과 나는 번갈아가며 죽을뻔했다.
낙안읍성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아들의 응가 사건으로 남편과 나는 급 허기가 졌다. 집 앞 김밥집에서 김밥 3줄을 포장해 차에서 순삭했고, 아들은 미안했는지 가는 내내 잤다. 덕분에 여유롭게 커피까지 마시며 드라이브를 만끽했다.
그런데 국도로 안내하는 네비를 무시하고 고속도로를 타고 갔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차들이 많아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올 때는 네비 안내에 따라 국도로 왔는데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카카오 네비 최고^___^
매표소를 지나 낙안읍성에 들어가면 소달구지 모형이 있는데, 아들은 모형 소를 한참 쓰담쓰담해 주었다. 이후 또 다른 소를 만나 쓰담쓰담하며 계속 구경하다가 열 번 넘게 빠빠이를 하고서야 겨우 헤어질 수 있었다. 성내 동물 체험장에서는 닭과 공작을 만나 이곳에서도 자리 고정하고 한참 구경하다 닭이 알 낳는 것까지 봤다ㅋㅋㅋㅋㅋ
4살 아들 취향저격 체험장
1위 빨래터 체험
2위 동물 체험(닭, 공작)
3위 옥사 체험
낙안읍성은 천연염색, 옥사, 전통혼례 등 다양한 민속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중 아들의 픽은 빨래터 체험장이었다. 물을 보고 마냥 신이 난 아들은 빨래 방망이질 체험은 뒷전이고 남편이랑 한참 물장난 치며 좋아했다. 빨래터에는 샘에서 나온 물길이 있었는데, 원래 예전부터 마시고 씻을 때 사용했던 샘물이라고 동네 주민분이 말씀해 주셨다. 오랫동안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니 참 신기했다.
처음엔 무섭다며 눈물까지 그렁그렁한 옥사 체험은 주리 틀기-곤장 맞기-옥사 구경까지 풀코스로 10번쯤 즐기고 나왔다.
그 이외에도 대장간에서 빨갛게 달군 쇠로 칼과 호미를 만드는 어르신, 멋진 대금연주를 해주신 예술가 할아버지 등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참 많았다.
그리고 대장금 드라마 촬영장이었던 초가집이 있었지만 대장금에는 흥미 1도 없는 아들은 쌩하고 지나갔다. 또 다른 대장금 촬영장으로 물레방앗간이 있었는데, 물레방아는 맘에 들었는지 앉아서 보고 서서 보며 한참 구경했다.
땡볕에 지쳐 더위를 피할 겸 성 안에 있는 식당에 갔다. 차에서 먹은 김밥으로 배가 고프진 않아 해물 파전과 팥빙수, 설레임(아들꺼)을 주문했다. 가격은 총 18,000원이었고 맛은 평범했다. 남편은 해물 파전인데 밀가루 부침을 찾기 힘든 건강식 파전이었다며 투덜거렸다>.<
4살 아이와 처음 간 낙안읍성은 느릿느릿 구경하느라 못 본 게 더 많았다.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체험을 하며 깔깔깔 웃고 즐길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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